<은밀하고 아름다운 고백>
일명
러브레터로 통하는 연애편지에는 이슬비처럼 가슴을 적시는 로맨스가 있다.
에드몽 로스탕의 소설로 유명한 <시라노의 편지>는 17세기에 실존했던 검객 시라노의 로맨스인데, 그는 자신의 못난
얼굴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에게 감히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다 부하인 크리스티앙도 록산을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녀에게 크리스티앙 대신 연애편지를 14년동안 써주며
짝사랑을 키워간다.
결국 록산과 결혼한 크리스티앙은 전쟁에 나가 죽게 되는데, 얼마 뒤 시라노 역시 부상을 입은 채 록산을 찾아간다.
시라노가 희미한 불빛 아래 크리스티앙이 전쟁터에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보낸(사실은 자신이 쓴) 편지를 읽어 주자, 비로소
록산은 그동안 받은 러브 레터의 주인공을 알게 되고 생명이 꺼져 가는 사라노를 품에 안은 채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또한 청춘의 열정과 감추고 싶은 아픔마저 배어 있는 러브 레터는 괴테의 소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잘 나타난다.
베르테르는 "당신을 처음 뵈었을때 당신이 가슴에 달고 있다가 내게 선물한 붉은 리본을 나와 함께 묻어 주시오. 리본은
내 호주머니 속에 있습니다. 총알이 재어졌습니다.
그러면 롯테여!"라고 마지막 편지를 쓴다.
그 당신 이 소설의 영향으로 유럽 전역에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청년들이 권총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국문학자인 양주동 선생은 재치있는 러브 레터로 사랑을 고백했다.
그는 어느 여대생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써서 러브 레터를 보냈지만 번번이 기숙사 사감의 검열에 걸렸다.
그러자 '사랑'과 관련된 성경구절을 뽑아 '요한복음 몇 장 몇 절','마가복음 몇 장 몇 절' 하는 식으로 마치 암호풀이
같은 러브 레터를 보내 무사히 여대생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십 번을 꺼내 읽어도 질리지 않는 러브 레터, 때론 가슴이 아픈 사연을 전한 다 할지라도 글로 담아 내는 이 내면의 아름다운
고백은 사랑이 있는 곳마다 언제나 설레는 행복을 안겨준다.
<죄수와 아들>
엣날 비엔나에는 죄수를 일정기간 시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했다. 어느날 그 나라의 수상이 한가로이
창밖을 내려다보다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훌륭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젊은 학생이 눈을 쓸고 있는 죄수 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의 떄묻은 까만손에 정성껏 입마춤을
하는 것이었다.
잠시 조용히 담소를 나누던 그들이 헤어지자, 수상은 그 죄수가 아마도 위험한 정치적 지도자이며, 그 청년은 그의 추종자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즉시 젊은 학생을 잡아오게 했다. 누구든지 죄인에게 키스하는 일은 보통 일로 생각할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방관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수상은 젊은 학생에게 조금 전에 만난 죄수와는 어떤 관계이며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따져 물었다.
"각하, 그 사람은 저의 아버지 입니다" 그 학생은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뜻밖의 사실을 알고 할 말을 잃은 수상은 젊은 학생의 아버지에 대한 공경심에 감동하여 그 사실을 자신의 국왕께 상주하였다.
그 일을 전해들은 국왕도 자식을 그렇게 훌륭하게 교육시키고 또 그러한 애정을 자식의 마음속에 심어준 사람이면 그 죄수는 나쁜
사람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즉시 석방케 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자식의 마음이 아버지의 허물을 덮을만큼 강했으며, 그 사랑이 결국 아버지를 어려움으로부터 구하는 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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